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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희로애락
제3강
요리하는 남자
GOOD
JOB
식사하셨나요?
여러분,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봅시다.
여러분의 아버님이 부엌에 상주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요즘에야 어머님을 도와주시는 멋진 아버님들도 많지만
여전히 소위 말하는 가부장적인 아버님들도 많으시죠.
이런 모습을 상상하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여러분의 아버님들이 아직도 조선시대에 사는 분이라고 생각하신다구요?
갑자기 이런 얘기를 왜 하느냐.
오늘의 이야기는 ‘요리하는 남자’입니다.
여러분, 혹은 여러분의 남자친구는 부엌과 얼마나 친하신가요?
1. 들어가기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말 아시나요?
일반적으로 패션과 외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남성을 일컫는 용어인데요.
최근에는 음식, 문화 그리고 요리 등
기존에 여성적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생각되었던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2,30대 도시 남성들을 칭한다고 합니다.
영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사랑하는 축구스타
베컴은 ‘메트로 섹슈얼’의 아이콘입니다.
최근에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라는 드라마에 나온 유준상 씨의 역할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겉으로 보이는 외모도 훈남이지만 자신의 아내의 바깥일을 응원하
고
안으로는 가사를 분담하는 가정적인 남자입니다.
유준상씨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여성분들에게는 ‘국민 남편’의 모습으로 자리하였지만
남성분들에게는 그냥 ‘적’으로 자리하였지요.
현실에도 이런 남자가 있을까요?
‘메트로 섹슈얼’에 관한 이야기로 오늘의 강의를 시작해보았는데요.
여러분은 ‘요리하는 남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자 망신 다 시키는게 요리하는 남자들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최근까지도 이런 얘기를 하신다면
아무래도 여성분들에게 사랑받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은 관대함을 넘어 요리를 하지 않는 남자에게까
지
요리를 하도록 부추기고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CF의 한 장면인데요. 톱스타인 고수 씨와 원빈 씨가 나와서 요리를 하고 있네요.
최근에는 요리하는 남자의 섹시함이 부각되다 보니,
요리와 남자를 연결시키는 것은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었죠.
여성분들이 이런 CF를 보고 반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잘생긴 남자배우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남성분들도 요리에 대한 로망을 키우게 되겠죠.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요리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아마 요리로 서바이벌을 했던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내비췄던 일부 요리사의 경우,
‘요리하는 남자도 섹시할 수도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주며
일약 일등 신랑감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환상은 현실로 이어집니다.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관심이 많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집에서의 남자들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죠.
흔한 대한민국 남편.jpg
그러나 시대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변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서
남성들의 가사분담에 대한 부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요리를 선호하는 남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김ㅇㅇ(30세)
새로운 직장을 잡으면 곧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할 생각이다. 결혼을 하면 맛있는 음식
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을 했다. 요즘은 요리를 할 줄 알아야 사랑 받는 남자가 될 수
있다
이ㅇㅇ(34세)
아내의 요리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에 도전해 보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내가 당신
보다 더 잘하지?”라고 자랑할 때 아내는 자존심은 뒷전이요, 행복해한다.
최ㅇㅇ(29세)
주방에 들어가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양념만 달리해도, 재료만 바꿔도 달라지는 요리의 세계는 곧 창작이고 창조다. 그 오
묘한 변화와 맛의 심도를 느낄 때 요리는 곧 무(無)에서 유(有)로의 창조임을 느끼게
된다.
과연,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남자들에게
요리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2. 들여다보기
조선시대 지극히 존엄한 존재였던 임금의 안녕과 건강은
한 국가의 운명과 직결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임금의 안녕과 건강의 근본은 음식, 즉 수라였습니다.
임금의 건강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수라,
과연 임금의 음식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일반적인 궁녀와 나인, 상궁들이 만들었을 거라는 인식과 달리
조선 수라간의 주역은 바로 남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수랏간에서 일반적인 음식을 담당하던 것은 여자들이었지만 연회 등의 잔치음식
은
남자들이 만들었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선조가 마련한 연회를 그린 ‘선묘조제재경수연도(宣廟朝諸宰慶壽宴圖)’입니다.
이 그림의 두 번째 그림 ‘조찬소’에는 다소 낯선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림 속 부엌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모두 남성인 것인데요.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한류의 주역이 되기도 했던 공간, 수라간.
하지만 그 실제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
그 중 눈길을 끄는 그림은 임시 부엌인 조찬소가 등장하는 그림.
.그런데 그림에 보면 칼을 들고 분주하게 요리를 하고 있는 주인공이.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남자입니다. 가마솥에 요리를 하는 등장인물도 남자이며,
항아리에서 국자로 술을 뜨고 있는 인물도 남자입니다.
즉, 여자가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자가 요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세종실록>에 따르면 출퇴근을 하는 수라간 사람들에게 출입증을 발급한 기록이 있는
데요. 기록에 따르면 남자는 376명 여자는 겨우 12명이었다고 합니다.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 역시 수라간 남녀의 비율은 14대 1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나인과 상궁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기미상궁이라 하여 임금의 수라를 먼저 맛보는 등 여성들도 분명히 임금의 수라에 등
장하고 있습니다. 나인들은 기본적으로 수라간에서 대전 혹은 침전으로 음식을 나르는
역할만 맡았으며, 식재료 운반, 설거지 등 요리사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상
궁들은 이런 나인들을 지휘하고 감독했고, 수라상궁이 수라간의 일을 주재했지만 직접
요리하지는 않았습니다. 조선의 궁중 수라간, 여자는 있었으되 그들은 요리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조선의 수라간은 과연 어떤 곳이었을까요.
임금의 수라를 맡은 기구가 따로 존재했었는데요. 이조 산하의 사옹원이었습니다.
사옹원에서 대전, 왕비전, 세자전의 모든 수라를 책임졌고,
특히 임금의 수라는 사옹원이 중심이 돼서 내시부와 내명부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수라를 맡은 최고 책임자는 종2춤의 상선내시였습니다.
그 아래 술과 차를 맡았던 상온과 상다가 있었고, 사옹원 총책임자인 제거가 그 밑
에 있었습니다. 또, 조리사는 종9품, 그들 아래 별사옹을 비롯한 각색장들이
실제 요리를 맡았으며, 이들 모두 남자들이었습니다.
.
이 안에서도 한 사람이 모든 요리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분업화가 되어 있었습니다.
종9품의 조리사와 그들을 도왔던 별사옹과 각색장, 이들이 실제 요리를 맡았습니다.
각색장들의 명칭 또한 다양했었지요. 탕수색은 물을 끓이는 사람, 적색은 고기를 굽는 사람
이었고, 별사옹은 고기를 다루는 사람이었습니다. 반공은 밥을 짓는 이였고, 포장은 두부를
만드는 사람, 요리뿐만 아니라 술을 담당하는 주색도 있었습니다. 물 끓이고 고기 굽는 단순
한 과정에도 전문가들이 배치돼 있었던 것입니다.
수라간은 왜 이렇게 분업화됐던 것일까요.
궁중음식은 일반 요리에 비해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완성되는 요리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조선 궁궐 안에는 이런 요리사들
이 약 400여명 배치돼 있었고, 이들이 하루에 2교대로 궁중음식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특히, 대령숙수는 항상 밤에도 대기하며 음식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요리사들도 대기
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각색장(숙수)이 고역이므로 누구나 모두 싫어하여 피하였다” <중종실록>.
실록에는 숙수가 되는 것을 꺼리는 기록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들은 왜 궁중 요리사가 되는
것을 기피했을까요?
왕의 수라는 식재료 준비부터 숯불을 일구는 문제, 양념을 하는 문제까지 세심하고 섬세한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더욱이 왕은 하루에 다섯 번 수라를 들었는데요. 고된 노동 때문에 숙
수를 기피하자, 때로는 노비의 신분을 면천해주거나 역을 감면해주기도 하였다고 하네요.
거기에 더해, 조선은 남녀 구분이 엄격한 사회였기에 국가의 공식적인 일이었던
수라를 만드는데 여성이 참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엄청난 노동의 강도와 국가의 공식적인 업무라는 점, 그리고 유교국가라는 조선의 특수성,
이로 인해 ‘숙수’라는 직업은 남성만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3. 돌아보기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조선의 숙수에게 있어서요리란, 국가 그 자체였던 임금을 떠받드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노동의 강도는 강했을 지 몰라도
분명 자부심을 느껴도 될 만한 일이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최근 sns등을 통해서도 남자분들 스스로 요리하는 내용의 글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어떠세요. 그 글이 좋으셨나요?
여러분에게 있어서 밥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까.
혹은 여러분은 오늘 누구를 위한 요리를 하셨나요.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십시오.
식사하세요!
<밥상의 희로애락>
제3강
요리하는 남자
참고도서 : <음식인문학>, <조선시대의 음식문화>,
<조선왕조실록>,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