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천재시인, 기형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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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천재시인, 기형도에 관하여
30202 김단비
기형도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엄마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중략)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불우한 유년시절에 가졌
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
움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그 누
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
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젊은 날의 방황에 대한
후회와 자기반성
기형도, 그의 연대기
1960년 3월, 연평군에서 출생
두 누나, 유복했던 어린 시절
열 살의 나이, 중풍으로 쓰러지신 아버지
몰락한 가세에도 멈추지 않았던 학구열
중학교 수석졸업, 고등학교 우등졸업
연세대학교 법학과 입학 후 정외과로 전과
중앙 일보사 입사
서른의 나이, 심야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됨.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
위험한 가계-1969
그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작은 누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 좀 보세요. 어떤 약도 듣지
않았잖아요. 아프시기 전에도 아무것도 해논 일이 없구.
선생님, 가정 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중략) 그리고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띄운 일을 누
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 쯤은 스스로 부숴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19세의 기형도, 쓴다.
공중으로 솟구친 길은
그늘을 끼고 돌아왔고
아무것 알지 못하는 그는
한줌 가슴을 버리고 떠났다.
...(중략)….
감싸안은 두 발이
천장을 디디고 휘청거리는데
단단히 굳어버린 포도엔 바람이 일고
이 밤은 여느 때마냥 춥다.
-껍질
기형도 시세계의 근간
노인
神, 죽음
눈(雪), 구름
변증
외로움
도시
유년시절
소리
영원한 경외의 대상, 노인
내가 아직 한 번도 가 본적 없다는 이유 하나로/나는
그의 세계에 침을 뱉고/그가 이미 추방되어버린 곳이
라는 이유 하나로/나는 나의 세계를 보호하며/단 한 걸
음도/그의 틈입을 용서할 수 없다. (늙은 사람)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노인들)
내 생의 주도권은 이제 마음에서 육체로 넘어갔으니
(중략)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빗방울은 은퇴한 노인의
백발 위로 들이친다. (그 날)
아버지, 불쌍한 내 장난감 (너무 큰 등받이의자)
신, 그리고 죽음
나와 죽음은 서로를 지배하는 각자의 꿈이 되었네 (포
도밭 묘지 1)
묻지 말라, 이곳에서 너희가 완전히 불행해질 수 없는
이유는 神이 우리에게 괴로워할 권리를 스스로 사들이
는 법을 아름다움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포도밭 묘
지 2)
김은 중얼거린다, 이곳에는 죽음도 살지 못한다. (오후
4시의 희망)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
가 (10월)
이봐, 죽지 않는 것은 오직 죽어있는 것 뿐. (나무공)
무책임한 자연, 눈(雪)과 구름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 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
을 너는 돌고 있어. (밤눈)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
하다 (진눈깨비)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억할
만한 지나침)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지칠 줄 모르고 공
중에서 머뭇거렸구나 (질투는 나의 힘)
그에 대한 나의 사유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
다.’ (오래된 서적)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
(장밋빛 인생)
그는 정말로 인생을
증오하였나?
No. 오히려 그는 인생을 사
랑했을 것임. 실제로 지인들
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매우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사람
이었다고 함.
어린 시절에 너무 가까이서
겪은 아버지의 몰락과 유복
한 가정의 상실이 트라우마
로 남음. 그것이 그의 죽음
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생각.
실제로 ‘살아있으라, 누구든
살아있으라’ 라는 시구를 남
김.
기형도 시의 의의
‘유예된 죽음의 언어’를 통해 살아남은 자들
로 하여금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함.
‘극단적 비극의 세계관’ 을 숨김없이 보여주
어 현실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빚어냄.
읽을 때마다 새롭게 읽히는 조밀한 구성의 시
어들과 참신한 이미지 및 심상들.
마무리를 지으며.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 한 권은 살 가치가 있
다. 충분히 있다.
좋아하는 시인의 시 한 편쯤은 외울 가치가
있다. 충분히 있다.
기억하자. 결국 우리의 모든 사상과 언어는
문학을 토대로 한다. 국문학이든 영문학이든
문학을 사랑하고 언어를 사랑하자.
그가 우리에게 남기는 시구
우리에게 어떤 운명적인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애초에 품었던 우리들 꿈의 방정식을
각자의 공식대로 풀어가는 것일테니
(미발표시-雨中의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