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부가 -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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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부가 법정학부 김성수

현대어 풀이

흉보기도 싫다마는 저 부인의 거동 보소. 시집간지 석 달만에 시집살이 심하다고 친정에 편지하며 시집 흉을 잡아내네 샘내고 탐내는 시아버지 시기하고 샘내는 시어머니 고자질에 시누이와 엄숙하기 맏동서라 요사스런 아우동서 여우같은 시앗년에 드세도다 남녀노복 들며나며 흠잡기에 남편이나 믿었더니 (그도 역시 남의 말을) 곧이 듣게 되었구나. 여기저기 사설이요 구석구석 모함이라 시집살이 못하겠네 간숫병을 기울이고 치마 쓰고 내닫기와 봇짐 싸고 도망질 에 오락가락 못 견디어 중들이나 따라갈까 긴 장죽(담뱃대)이 벗이 되고 들 구경 하여볼까 점치기가 소일이라 겉으로는 시름이요 속으로는 딴 생각에 몸치장 일을 삼고 털 뽑기가 세월이라 시부모가 경계하면(나무라면) 말 한마디 지지 않고 남편이 걱정하면 대항하여 맞넉수(마주 대꾸하기)요. 드나드는 초롱꾼에게 팔자나 고쳐볼까 양반 자랑은 모두 하면서 색주가(기생 술집)나 하여볼까.

남문밖 뺑덕어미 천성이 저러한가 배워서 그러한가 본 것 없이 자라나서 여기저기 무릎맞춤(남의 흉을 본인에게 일러바침) 싸움질로 세월이며 남의 말 말전주(없는 말을 지어냈다가 삼자대면하여 사실유무를 따짐) 들어와 서는 음식 공론(음식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 조상은 알지 못하고(제사를 안 지내고) 불공 드리기로 일삼을 때 무당 소경 푸닥거리(하느라) 옷가지 다 내주어 남편모양 볼작시면 삽살개 뒷다리요 자식거동 볼작시면 벌거벗은(털 빠진) 소리개라.

엿장사야 떡장사야 아이 핑게 다 부르고 물레앞에 선하품과 씨아앞에 기지개라 이집저집 리간질과 음담패설 일삼는다 모함잡고 똥먹이기 세간은 줄어가고 걱정은 늘어간다 치마는 절러가고 허리통이 길어간다 총없는 헌짚신에 어린자식 들쳐업고 혼인장사 집집마다 음식추심 일을 삼고 아이싸움 어른쌈에 남의죄에 매맞히기

까닭없이 성을 내고 의쁜 자식 두다리며 며느리를 쫓았으니 아들은 홀아비라 딸자식을 다려오니 남의 집은 결단이라 두 손벽을 두다리며 방성대곡 괴이하다 무슨꼴에 생트집에 머리싸고 드러눕기 무식한 창생들아 저 거동을 자세보고 그른일을 알았거든 고칠개자 힘을 쓰소 오른말을 알았거든 행하기를 위업하소

작품 해제

이 작품에 표현된 여인의 모습이 당대 여인들의 일반적 생활은 아니다. 이 시대 여인들의 생활과 감정을 과장하여 현실적 비난을 피하려는 의미도 이 속에는 숨 어 있다. 감정의 직설적 표현을 통하여 현실의 모순과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순연한 토속미와 삶의 고달픔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읽어 보 자. 내용이 다소 과장되고 표현이 속된 것도 있지만 사실적인 묘사로 토속미가 풍긴 다. 풍자와 유머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시집간 지 석 달 만에 시집의 흉을 잡아낸다는 서두와 점치기와 치장으로 소일하 고 불공과 무당 소경 푸닥거리로 위업을 한다는 것은 실감나는 표현이며, 끝에 가서 저 거동이 그른 것은 알면 고치려고 힘쓰라는 것은 이 작품이 경세(經世)와 훈민(訓民)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조선 후기의 가사문학은 서민들의 수중으로 넘어오면서 풍자성을 띄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주인공의 이 야기를 통해 그 당시 여성들의 비행을 열거하고 있어 서민층의 비판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는 이 시대 여인들의 생활과 감정을 과장하여 현실 적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용렬한 여자의 갖가지 부정적인 모습을 비판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여성의 바람직한 행실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깨우치고자 한 가사이다. 전체적으로 과 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러면서도 생생한 실감을 만들어내는 사실적 묘사가 두드러진다. 그 같은 사실적 산문 정신이 가사의 산문화를 이끈 기본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 이 작품을 지배하는 미의식은 희극미(골계 미)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전 가사(주로 양반 가사)의 미의식과는 전혀 다른 서 민적 미의식의 창출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대단히 크다. 자아 각성에 의한 서민 의식과 산문정신의 영향으로 종래의 관념적, 서정적 내용이 서사적 구체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음풍농월이나 연군에서 벗어나, 널 리 인간의 생활상을 그렸다. 특히, 인간의 서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함으로써 산문화가 이루어졌는데, <용부가>는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어 및 시구 풀이

계엄할사 : 마음이 컴컴하고 욕심이 많기도 암상할사 : 샘하는 마음이 많다. 요악(妖惡)한 : 요사하고 간악한 흠구덕 : 남의 허물을 험상궂게 말함 십벌지목(十伐之木)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로, 여럿의 등쌀 에 기어코 마음이 그렇게 쏠렸다는 뜻 반분대(半粉黛) : 옅은 화장 맞넉수 : 맞적수. 마주 대꾸하기 초롱군 : 초립동(草笠童). 초립을 쓴 아이 말전주 : 말을 여기저기 옮기는 것 위업(爲業)할 제 : 일삼을 때 선하품 : 흥미 없는 일을 할 때 나오는 하품 씨아 : 목화씨를 빼는 기구 절러 : 짧아 음풍농월 :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대상으로 시를 짓고 흥취를 자아내어 즐겁게 놂

작품 개괄

<작가> 작자 미상의 작품 <갈래> 서민가사, 계녀가사, 교훈가사 ※ 계녀가사(誡女歌辭) → 여자들의 행실을 경계(警誡)하는 내용의 가사. <계녀 가>, <부인요람>, <괴똥어미전> 등이 대표적인데, 유가적 이념을 좇아야 한다는 것 이 일반적인 주제이다. <연대> 조선후기 <성격> 경세가, 교훈가, 풍자적, 해학적 출전 <경세설(警世設)> <주제> 1. 여성들의 비행 비판 2. 여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한 깨우침 <표현> 1. 과장되고 속된 표현 2.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묘사 3. 대구법, 열거법, 과장법, 풍자